#1“넌 이 제품이 될 거라고 생
#1“넌 이 제품이 될 거라고 생각하니?”2013년 어느 날, 채진희 LG전자 상품기획 담당 대리(현 리빙솔루션SE팀 팀장)에게 그의 사수가 물었다. 그 전해에 이직해 오고 나서 이 제품 기획을 맡은 채 대리가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말했다. “네. 무조건 뜰 거라고 생각해요. 시간문제에요.” 사수는 “그래. 네가 그렇게 생각하면 다행이다. 좋겠다”라며 자리를 떴다.#2 분명히 그렇게 들었다. 처음 개발에 참여했을 때 함께 일한 선후배들이 다시 온다고. 실장님이 당시 개발진을 일일이 다 만났다고. 프로젝트 리더로 새 조직에 가서 보니 입사 1, 2년 차 연구원 10명이 전부였다. 선배들은 이미 파트장이 돼 움직일 수 없었고 자신 같은 파견자들은 대부분 연구 조직에서 생산 조직으로 옮긴 뒤였다. 2012년 말, 임형규 LG전자 개발 담당 선임연구원(현 리빙솔루션사업부 책임연구원)은 생각했다. ‘맨땅에 헤딩해야겠네.’ ● 에센스 프로젝트 ‘새 옷처럼 착!’2011년 초 세상에 첫선을 보인 스타일러는 그해 1만 대 가까이 팔렸다. ‘입은 옷을 빨지 않아도 구김 없이 깨끗하게 또 입을 수 있겠네’라는 소비자의 기대에 힘입어 이제까지 없던 가전(家電)으로는 좋은 출발이었다. 문제는 이듬해였다. 판매 추세가 꺾여 갔다. 예상만큼 시장이 커지지 않았다. 매장에 자리를 마련해 줬지만 원하던 아웃풋이 나오지 않자 ‘안 되는 제품 아닌가’하는 영업 쪽 의구심이 커 갔다. 돌파구가 필요했다. 소비자에게 스타일러는 생소한 제품이었다. ‘새 옷처럼’이라는 광고 문구에 사로잡혀 세탁이나 드라이클리닝에 다림질까지 완벽한 옷을 기대한 소비자에게 기기가 제공하는 수준은 마뜩지 못했다. 과도한 기대를 불러일으킨 셈이었다. 매일 빨기 어려운 교복, 청바지 같은 옷 냄새나 구김을 줄여 다시 입기 쾌적하게 만든다는 ‘리프레시(refresh)’ 콘셉트로의 전환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너무 크고 비쌌다. 가로 60cm, 세로(높이) 196cm, 깊이 60cm. 스탠드형 김치냉장고만한 것이 가격은 200만 원에 육박했다. 스타일러가 주로 거실에 놓였다는 것도 사이즈 문제를 부각했다. 드레스룸은 흔하지 않던 시절이었기에, 가구와 가전이 이미 차지한 방이나 주방에는 둘 곳이 없었다. 소파 옆에 놓인 크고 육중한 물체는 안락해야 할 공간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어디에 놓아도 너무 커 보이지 않아야 했다. 더 슬림(날씬)해져야 했다. 크기는 줄이고 가격은 낮추며 성능은 업그레이드. 그렇게 ‘에센스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10년 넘게 연구해 세탁기 스팀, 냉장고 온도 관리, 에#1“넌 이 제품이 될 거라고 생각하니?”2013년 어느 날, 채진희 LG전자 상품기획 담당 대리(현 리빙솔루션SE팀 팀장)에게 그의 사수가 물었다. 그 전해에 이직해 오고 나서 이 제품 기획을 맡은 채 대리가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말했다. “네. 무조건 뜰 거라고 생각해요. 시간문제에요.” 사수는 “그래. 네가 그렇게 생각하면 다행이다. 좋겠다”라며 자리를 떴다.#2 분명히 그렇게 들었다. 처음 개발에 참여했을 때 함께 일한 선후배들이 다시 온다고. 실장님이 당시 개발진을 일일이 다 만났다고. 프로젝트 리더로 새 조직에 가서 보니 입사 1, 2년 차 연구원 10명이 전부였다. 선배들은 이미 파트장이 돼 움직일 수 없었고 자신 같은 파견자들은 대부분 연구 조직에서 생산 조직으로 옮긴 뒤였다. 2012년 말, 임형규 LG전자 개발 담당 선임연구원(현 리빙솔루션사업부 책임연구원)은 생각했다. ‘맨땅에 헤딩해야겠네.’ ● 에센스 프로젝트 ‘새 옷처럼 착!’2011년 초 세상에 첫선을 보인 스타일러는 그해 1만 대 가까이 팔렸다. ‘입은 옷을 빨지 않아도 구김 없이 깨끗하게 또 입을 수 있겠네’라는 소비자의 기대에 힘입어 이제까지 없던 가전(家電)으로는 좋은 출발이었다. 문제는 이듬해였다. 판매 추세가 꺾여 갔다. 예상만큼 시장이 커지지 않았다. 매장에 자리를 마련해 줬지만 원하던 아웃풋이 나오지 않자 ‘안 되는 제품 아닌가’하는 영업 쪽 의구심이 커 갔다. 돌파구가 필요했다. 소비자에게 스타일러는 생소한 제품이었다. ‘새 옷처럼’이라는 광고 문구에 사로잡혀 세탁이나 드라이클리닝에 다림질까지 완벽한 옷을 기대한 소비자에게 기기가 제공하는 수준은 마뜩지 못했다. 과도한 기대를 불러일으킨 셈이었다. 매일 빨기 어려운 교복, 청바지 같은 옷 냄새나 구김을 줄여 다시 입기 쾌적하게 만든다는 ‘리프레시(refresh)’ 콘셉트로의 전환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너무 크고 비쌌다. 가로 60cm, 세로(높이) 196cm, 깊이 60cm. 스탠드형 김치냉장고만한 것이 가격은 200만 원에 육박했다. 스타일러가 주로 거실에 놓였다는 것도 사이즈 문제를 부각했다. 드레스룸은 흔하지 않던 시절이었기에, 가구와 가전이 이미 차지한 방이나 주방에는 둘 곳이 없었다. 소파 옆에 놓인 크고 육중한 물체는 안락해야 할 공간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어디에 놓아도 너무 커 보이지 않아야 했다. 더 슬림(날씬)해져야 했다. 크기는 줄이고 가격은 낮추며 성능은 업그레
#1“넌 이 제품이 될 거라고 생